[엘쏜] 용서네길 AU 완성함 [E]
명일방주 INSA 2023.06.06 22:04

※ 어슐러 K. 르 귄의 헤인 연대기 소설 AU 기반
※ 박하님의 https://posty.pe/5wc3ok 에 대한 3차창작 비스무리한거
※ 원문도 흑심과 날조가 섞여 설정에충실하지 않았지만 이쪽은 K.O. 급으로 설정에 충실하지 않음
※ 불친절한 마이너 SF 세계관 전개 마찬가지로 주의

※ 요약 : 아직 은하연맹 진전 단계에서의 외계인커플이 겪는 고충 이야기
※ 용서로 가는 네가지 길을 기반으로 쓰고싶었는데 딱히 그렇게되지않음

※ 끔찍하게 별 내용 없음 주의
※ 뭘쓰고싶었는지 모르겠는데 쓰고싶은걸 다쓰긴함
※ 정확히말하자면 뭘 완성하고싶었는지모르겠음
※ 근데 쓰고싶은걸 다쓰긴 해서 퇴고함
※ 언제나 다는 거지만 캐붕 주의...
※ 결제상자 아래는 후기겸 잡담입니다



" 그렇다면 옆에 계신 분은, "

" 배우자다. 남편이지. "
" 아하하하하!!!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연히 동료, 에 가까운 그거 비슷한 종이지요!!! "

에큐멘의 특사가 황급히 제 옆을 지키던 파트너의 입 - 정확히는 말문 - 을 틀어막았다. 연합이 창설되고, 행성간의 아광속 교류가 추진되며 외모로 출신 행성을 추정하는 것이 몇몇 선구자들 사이에서, 특히 특사들 사이에서는 제법 무례한 행위로 취급되는 것을 상대도 알고 있었지만 수 천년간 쌓여있던 편견은 이제 막 깨지고 있는 편이었으며 - 이 관찰자는 불행하게도 겨우 탄성 한도를 넘어선 정도였다... 상대는 다시 한번 특사의 옆 한 자리를 차지한 잘 훑어보았다. 어두운 톤의 머리카락, 피부, 복장. 유일하게 밝은 눈동자. 게센 아니면 웨렐이었겠으나, 웨렐인들은 눈동자까지 검다 들었으니 웨렐의 혼혈이라던가, 후천적인 사고가 있었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면 겨울 행성 게센에서 발을 뗀 이방인일 것이다. 상대는 곧 두 사람이 앞 쪽에서 무마한 두 문장 또한 교묘하게 그 남자의 출신을 가리고 있단 걸 알았다. 듣기로는 전혀 합의가 되지 않은 문장이었으나, 듣는 이에게 굳이 중요성을 부각해주지 않기 위해 [ 그러기로 ] 합의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두 행성 모두에서 문제가 될 테니깐. 전자 - 게센의 용어로써 케메르를 약속한 상대가 맞다면 전후무후하게도 외계인의 성도착증으로 인한 생물학적 파괴 연구를 노릴 수 있을 것이고, 후자 - 웨렐인이라면 아마 자발적인 거세에 따라 내시를 청했으면서 굳이 웨렐의 [ 높으신 자리 ] 를 노리는 걸 내던지고 특사의 옆에 붙어있어 권력은 물 건너 보내버린, 괴상망측한 배경의 사람이란 뜻이었다.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해석하지 않든 쓸데없이 비범한 파트너를 데리고있는 특사는 -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입 위에 잘 오르내린다. 그의 출신지를 밝힌다면 몇몇 보수적인 문화의 행성들은 꺼림직해 하기야 하겠다만 특사들 사이에선 별 특이한 일도 아닐 것이며, 어쩌면 좋은 대홧거리, 그러니깐 러브스토리 스몰토크를 풀어낼 수도 있는 타산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괴상망측한 파트너를 데리고 다니며 감당하는 것 치고 이 특사는 아직 어렸다. 때론 자신의 파트너마저 계약협상의 프로파간다로 써먹을 각오가 되어있지 않았다. 쓸데없게도 배려심이 넘치는 자. 어쩌면 그것이 저 파트너가 특사를 파트너로 채택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전의 언행으로 봐선 - 지금 저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얼굴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줄만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 어느 쪽이 맞을까-요 ] 하는 식으로 사람 놀리는걸 좋아하는 장난꾸러기여서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걸 끝으로 시답잖은 스몰토크는 끝이 났다... 요구사항을 정리한 특사는 내일부턴 으레 그렇듯 사교행사들에 참석할 것이다. 장기간 거주를 진행하며 연합에 가입하게 된 행성인들에게 현재 우주 문명의 과도...하다 느껴질 만한 가치관들을 교류장에서 전파하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특사에게 중요한 축제 의식에 참여를 도모시키거나 기업인들이 사교 행사장에서 타 행성계의 발전된 기술 문물에 대해 접촉하는 등의 표현으로 특사에게 [ 우리 행성은 공동체에 위협적이지 않으며 연합에 가입하는걸 적극적으로 바라고 있음 ] 을 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 행성의 생명체들의 가치관을 이해하게 된다면, N차 회담을 직접 특사 측에서 제시하며 조건을 완화해 줄 수도 있는 , 그런 골든아워의 시간이었다. 도태되지 않으려는, 죽어가는 행성을 살리려는 마지막 발작. 하지만 외부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문화를 지키고 싶어하는 지적 생명체의 본능이 갈등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특사 엘리시움은 잘 알고 있었다.
제 파트너 - 쏜즈의 존재가 이 지적 교류체들에게 위협이나 마찬가지란 걸.
외부 은하 문명에 잠식당한 - 명백히 종이 다른 또 하나의 외계인이 괴상망측한 꼴로 붙어있는 꼴이란.

*

" 오늘 재미있었다. "
" 하아아아나도 재미없거든 브라더?! 더 안 물어서 다행이지, 꼬치꼬치 캐물었으면 어쩌자고 그랬어?! "

남편이다. - 브라더가 아니라-  하고 쏜즈가 피식 웃으며 숙소의 탁상 위에 다리를 턱 놓고 꼬았다. 특사를 면담하게 된 그 작자가 조금이라도 무례하거나, 호기심있는 쪽이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엘리시움이 으아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짐짓 과장스레 제자리에서 와리가리 걸어댔다.

쏜즈가 에큐멘의 특사 엘리시움을 따라나서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약속이 몇 가지 생겼다.

첫 번째는, 되도록이면 엘리시움의 곁에 항상 붙어다닐 것.
두 번째는, 광속이동 도중에 기술에 대한 질문 등 토를 달지 말 것. 굳이 한다면 에큐멘으로 복귀하는 때에.
세 번째는, 게센에서도 그러했지만, 케메르 기간에는 바깥에 나가지 말 것.
네 번째는, 단성종을 보더라도 성도착증 환자라는 뜻을 표하지 않기.

이 외에도 많은 문항이 있었지만 - 마지막 문항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 에큐멘 연합 본부에서 들어온 의뢰일지라도, 게센과 웨렐-알타닌 행성의 외교의뢰는 받지 않을 것. ]

말해뭐해. 각각 밝히고 싶지 않은 신분과 위장신분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지만, 특히나 게센인이란 입장은 - 몇 번의 특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봉건제를 유지하는 행성은- 에큐멘과의 기술적 문물 발달을 고려했을 때 같은 특사들에게도 원시인에 대한 페티쉬가 있느냐고 타박을 들을지도 모른다. 이 의견은 유감스럽게도 엘리시움이 아닌 쏜즈의 의견이었다. 제 종족의 중심 문화에서 뭣하면 빠져나가려 했던 아웃사이더가 할 법한 비관적 주장이었지만, 의외로 엘리시움은 이걸 순수하게 받아들여서, 만약 그의 출신을 짐작할 만한 질문이 들어오기라도 하면 이전의 대화와 같이 말을 맞추기로 약속했다.

물론, 무울론, 굳이 오늘처럼 쏜즈가 말을 두어번 꼬아 엘리시움의 돌발반응을 일으킬 때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 단순히 기대되지 않을 뿐이다.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지. "
네 행성에선 사랑하는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법 중 하나인가? 엘리시움은 그 질문에 굳이 답을 하지 않고 훑어보는 게 의미없는 스케줄표를 꺼내었다. 어디서나 특사의 곁을 따라다니며 일정과 기록물을 감시하는 역할은 에큐멘의 방문을 허락하는 이라면 갖춰야 했지만, 쏜즈를 제 곁에 두게 된 특사는 사적인 시간이 늘어나면서, 슬슬 사소한 일정 하나하날 보고받는게 여간 불편해졌다. 펜을 꺼내든 엘리시움은 눈으로는 일정을, 손의 펜팁으로는 가장자릴 끄적였다. 글쎄. 이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가족들이 자신을 사랑했기에, 곤란하게 만든 것일까? 다른 사람들이 재밌다 느낄만한 삶엔 그만한 대가가 필요했다. 영원히 우주의 이방인으로 떠돌게 만드는 게 테라인의 사랑법이라면, 의도치 않았음에도 - 그는 지금 똑같은 일을... 똑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바깥행성에서 찾아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가 아무것도 아닌 자에게 찾아와 그 이름에 붙는 수식어를 늘렸다. 빠르게 이룩한 과학문명의 댓가로 텔레파시의 존재를 잊어버리며, 진실된 소통을 등한시하던 문명의 특징. 아니면 결말. 엘리시움, 엘리시움. 엘리시움!!!!

언성을 높인 쏜즈가 의자 팔걸이를 탕 치는 소리가 들린다. 화난 게 아닌 주의를 돌리려는 행동이었던 듯 엘리시움이 얼굴을 들어 바라본 그의 얼굴은 언성과는 달리 분노가 깃들어있진 않았다. 오히려... 그는 안도하는 것 같았다. 쏜즈가 흔치 않은 당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방금 한 이야기는 농담이다. 잊어줘라. 쏜즈가 다시 등받이에 저를 누이며 원래 자세로 돌아갔다. 정말 한치의 거짓도 없이 그저 딱히 기대되는 게 없어서 투정을 부렸을 뿐이라 토를 붙이던 그는 마지막으로 말을 끝냈다. 너무 생각에 깊게 빠져있는 것 같아서 환기를 좀 시켰다. 이미 시야에서 엘리시움의 모습은 넘어가있다. ...찐득함이 남은 듯한 목소리로 납득해보려는 엘리시움이 조용해진다. 하지만 아까와 같은 긴장이나 불안으로 가득찬 공기는 많이 옅어져 있었다. 그의 흔치 못한 허둥지둥거리는 모습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기분을 풀어준 것일까. 그러면 됐다. 쏜즈가 생각한다. 빈말로도 엘리시움은 사색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존재다.

너는 이방인임에도 다른 이들에게 친절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이 곳에 와서도 지겹지도 않은 축제를 보러가는 대신 방 안에 틀어박혀 연구를 지속하는 것처럼. 나는 사람에게 짐꾼 따위의 쓸모를 부여하는 식도 친절이 될 수 있다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쓸모를 만들어주며 그대가 필요하단 걸 요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소속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니깐. 그런데 너는 친절을 베푼다. 당연하게도 그보다 더 높은 존중의 욕구를 베푼다.

너는 가끔 네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걸 잊는 것 같다.

그건 어찌 보면 지혜로운 행태다. 처음 보는 낯선 행성의 물과 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리가 없다. 생리적 욕구는 충족되지 않는다. 너는 특사라는 지위며, 네 직종 - 종족은 기본적으로 존중받지만 그 기저엔 언제든지 자신들의 정치싸움의 명분으로 휘두를 수 있단 도구적 비안전성이 있다. 안전의 욕구는 충족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애정과 소속의 욕구가 충족될 건덕지가 있을 리 없다. - 나는 예외로 하자. - 그렇다면 너에게 남은 것은, 가장 높으면서도 가장 베풀기 힘든 존중의 욕구밖에 남지 않는다. 적어도 그렇다면 다른 이들이 자신을 반작용으로써 존중해줌으로써, 나머지 욕구를 간신히 충족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가끔 너는 네가 외계인이라는 걸 잊는 것 같다.
나는 항상 내가 외계인일지도 모른다는 걸 실감하며 살아왔다.

자기자신에 대한 사색이란 건, 나머지 네 가지 욕구가 충분히 채워졌을 때서야 자아실현으로써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외계문명의 유입과정에서 들어온 사회과학적 문물에서 쏜즈는 그렇게 학습했던 걸 기억한다. 그의 눈에 엘리시움의 사색이란 건 가장 높은 욕구를 역으로 충족할 수 있기에 나머지 부분이 채워졌다 착각하고 사상누각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하는 걸 그만두었다. 나 자신의 진정한 목표 따위를 찾는 것 역시 그만두었다. 게센을 떠나는 엘리시움의 손을 잡았을 때부터, 어쩌면 수도로 돌아가는 그 설원 안에서 케메르를 서약했을 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엘리시움의 종족이 과학문명 대신 진실된 텔레파시를 포기하였듯 쏜즈 역시 - 진작부터 포기하고 있었지만 - 온전한 자기 자신의 목표를 세울 기대를 그 서약으로써 저버렸다. 엘리시움의 예상과 달리 그가 핀잔을 표하는 방식 외에 약속을 제법 잘 지키고 있는 것도 그런 타선이었다. 어찌하였든 우리가 이방인이자 낯선 외계인이라는 건 변하지 않으니깐. 그렇기에 쏜즈는 이전의 귀갓길에서 엘리시움이 말해준 내일의 축제나 행사들도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앞서 서술했듯, 특사라는 지위는 기본적으로 존중받는다. 우주적인 권력이란 것은 가끔 사회적인 규범이나 문화를 찍어누를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렇기에 일단은, 일단은 복종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 옆에 서 있는. 특사의 지위를 간접적으로 받고 있는 쏜즈의 눈에도 실체까진 아니더라도 - 그 자취 정도는 따라남았다. 멍청이가 아니라면 못 알아차릴리가 없는 적대적인 신경들.

그것은 어쩌면 오만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아니. 오만의 범주에 이미 어느 정도 들어갔을 것이다.
누군가를 구원하겠다 라는 생각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지독한 생각이었다.
쏜즈는 엘리시움이 어디론가로 멀리 훌쩍 떠나주지 않았으면 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일의 축제 역시 그의 곁을 따라 나설 것이다. 그는 이 행성에 오자말자 특사 전용으로 건축된 넓은 쉐어링하우스의 구석 방 하나를 벌써 자신의 연구자료와 실험기구들로 채웠다. 엘리시움의 일정을 휴일까지도 따라나서다 그 연구물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귀가 후 길어봤자 한두시간, 새벽에 잠이 어쩌다 깼을 때 두세시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쏜즈는 이미 이 곳에 도착하기 한참 이전부터 실감하고 있었다. 연구의 진척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눈 앞에서 엘리시움이 보이지 않는 것이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단 것을. 의자에서 일어난 쏜즈가 침대에 걸터앉은 엘리시움에게로 다가간다. 해봤자 대략 5분여. 엘리시움의 눈에는 자신을 계속 쳐다보며 얼굴을 찌푸리던 파트너가 자신을 향해 갑자기 얼굴을 풀더니 호의를 보이는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브라더??? 잠깐잠깐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거야?!

" 아무 변화도 없었다. "
쏜즈가 느즈막히 말하며 그의 품 위로 뛰어들었다. 이 행성 사람들의 가구 만드는 기술은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푹신한 것이 뭔지는 알았다. 그의 위로 몸을 겹쳤던 쏜즈가. 엘리시움, 그가 특유의 말투로 구부러지는 발음을 끌며 말한다.

" 테라라고 했던가, 다음에는 나를 너희 행성으로 데려가줬으면 좋겠군. "

- 잠시 대답을 입 안에 놓던 엘리시움이 그의 호박색 눈동자를 멍하니 바라보다 알맹이 없는 말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추억 쌓을 게 하나도 없을 걸. 하다못해 축제도 열리지 않을거야. 상관없다. 네가 견디기 힘들 정도의 여름을 맞이할지도 몰라. 상관없다. 에큐멘에 늦게 가입한 곳이라 너를 내가 걸렸던 정체불명의 외계질병에 걸려 고생할지도 몰라. 겨울 행성에서 온 게센인을 뭘로 보는건가? 구경할 수 있는 거라곤 작동방식도 모르는 옛 문명의 과학 기계장치정도밖에 - 아. 그건 네가 좋아할 것 같다. 이미 위대했던 테라의 과학문명에 대한 기억은 머릿속에서 모래가루로 풍화된 지 오래였지만, 에큐멘이 사용하며 가끔 특사들에게 전파하라 명령하는 과학기술들의 대부분이 테라의 것이란 것 정도는 숙지하고 있었다. 작동방식이 밝혀져 정제된 채 에큐멘에 전달된 게 아닌, 미지의 기술덩어리라고 하면 분명 쏜즈는 좋아하겠지.

대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엘리시움이 제 머리카락을 생각 속에서 흩뜨렸다. 비언어적 수단에서 추측하는 건 오차가 많았지만 -
- 그저 대놓고 오늘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내일도 마찬가지로 기대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잖아.

" ...정말로 이 곳이 기대되지 않아? "
" 유감스럽게도 네 존재보다 나를 기대하게 만드는 건 없다. "

이런 무슨 낯간지러운 소리를 첫날도 아니고 공식 업무가 끝난 날에. 실컷 제 옆에 붙어다니며 구경하고 다니던 지난 며칠 간의 쏜즈가 떠올라 엘리시움은 제 긴 속눈썹을 당황스레 깜박였다. 앞머리를 넘기던 손이 엘리시움의 목 뒤편을 쓸어내리듯 옮겨가며 쏜즈가 짧게 말을 이었다. 너는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니깐 나를 그렇게 여길지도 모르지. 선을 그으려 한 말은 아니었다. 그 말에 사과하듯 그가 엘리시움의 손에 깍지를 잡았다. 내 방식을 자기혐오한단 뜻은 아니지만, 네가 가르쳐줄 수 있는 건 내가 관찰해서 스스로 알아내는 것보다 빠르고 흥미롭다. 타인 관점의 시선은 내가 쉬이 얻지 못하는 것이니깐. 그의 위에서 내려와 마주본 채 옆으로 돌려 눕는다. 바스락거리는 천 마찰 소리만 시계 몇 칸만큼의 시간을 채우다 엘리시움이 먼저 입을 떼었다. 테라의 이야기는 생각해볼게.

어차피 임무가 없으면 갈 명분이 없단 것도 알고 있다.

엘리시움이 눈을 감았다. 쏜즈를 공식선상에 데려가지 않는 것 역시 생각해보았지만, 굳이 이런 이방인의 상흔를 겪으면서도 그는 자신의 옆에 붙어있는 걸 더 원하는 존재이지. 아니. 그의 삶을 재단하는 건 그닥 바람직한 행위가 아님을 알고 있지만 어쩌면 자신보다도 더 바깥 세계의 사람으로 취급받는 데 익숙할 지 모른다. 바보같게도 그는 그제서야 제 남편이 하는 말을 알아차렸다.

관찰결과. 너는 걱정되는 사람이다.
정말이지 누가 할 소릴.

내일의 일정도, 모레의 일정도 당연하게 뺄 수 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핑계를 대고 중간에 자리를 빠르게 뜨는 정도야 괜찮겠지. 분명히 [기간]이 아님에도 그에게 홀린 이상야릇한 기분이었다. 정형화되지 않은 문장으로 전달하는 대신 그는 제 나름대로의 애정표현을 표현했다. 365일 발정기인 종족답다고 생각해보던가.


***




갠적으로 쏜즈는 아웃사이더같으면서도
결국에 미즈록라에서 무너진건 엘리시움이 죽었다는 소식이었다는거 ...
그리고 마지막에 자결 택한 것이 자기 자신을 믿는다거나 연구가 완벽하다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박사가 어떻게든 해줄거야 < 라고 생각했다는게
특성의 스펙트럼이 다를지라도 본질적인 욕구적으론 다를바가 없구나 싶어서 룽해졌던 ... 망상캐해일수도있음


장면에 장면을 겹치는 방법, 배경이 되는 장면 속에 주제에 관한 서술을 겹치는 방법
주가 되는 사건(함께 춤을 춤, 악몽을 꾸는 것을 염려함)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내용을 겹쳐서 표현

엘리는 쏜즈에게 편안한 존재가 되고싶어하는 감정선 / 그걸 보여줄수있는 에피소드를 로도스기함을 벗어나 항해와 일출에 이어지는 걸로
추억이나 과거나 마음의 고민 묘사... 쏜즈의 악몽의 이유 - 현재의 문제점이 어떻게 되는지? 그걸 왜 벗어나고싶어하고 대체로 어떠한지...
제 2의 주제처럼 본문에서 묘사 ...

쏜즈는
성게도 나름 엘리시움을 걱정하고 있음
쏜이구해주는건 좀 그런가

가끔 너는 ... 너 역시도 외계인이라는 걸 잊는 것 같군.
누구에게나 결국 잘 어울리게 됐으니깐


후속
- 박하님이 읽어보시고 요청해주셨던 꾸금 (케메르) 뒷이야기
- 외전격으로 짧게 둘이 축제 돌아다니는 단편
06.07 08:07 R

[ 비밀글 ] 댓글내용 확인
06.10 01:42 R

*외전*
*논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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