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쏜] 얼마 안 되는 유희 [C]
명일방주 INSA 2023.05.29 05:32

※ 언제나 다는 거지만 캐붕 주의...겸 이번에는 설붕주의도달아놓음
* 해묘의이베리아썰풀이에따라본글은 어느순간 지워질수도있습니다 동인날조레전드
※ 진짜그냥 플라멩코추는 엘쏜이 보고싶었을뿐임
※ 진짜그냥 둘이서 춤출뿐임
※ ... 그들을 이런 문화에 던져넣는것은 밀양아리랑과 진도아리랑을 같은취급하는것과 마찬가지임을알고있습니다 여러분들도재미로봐주시길바라며 ........








" 브라더, 춤 춰본 적 있어? "



저녁식사를 하던 엘리시움이 그렇게 말했다. 해가 저물고 있는 로도스 아일랜드 기함. 카시미어에서 컬럼비아를 향해 서쪽으로 향해가는 도중, 오늘의 저녁식사는 크림 소가 들어간 만두와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스튜였다. 쏜즈는 아무렇지도 않게 묵묵히 먹었지만, 엘리시움은 느끼하다며 헛기침을 켁켁거리다 결국 스튜에다가 만두를 적셔먹는 중이었다. 미남은 편식하지 않아! 라며 잔뜩 찌푸린 채 입까지 덜덜 떨며 벌리는 얼굴 -을 쏜즈가 끔찍하게 못생겼다 생각하며 스튜의 건더기를 긁던 도중, 엘리시움이 그런 난데없는 질문을 던졌다.



아니, 오늘 저녁에 할 내기 말인데... 체스는 질렸고, 바둑은 지난번에 알을 쏟아버린 뒤로 켈시 선생님에게 혼나느라 다 찾지도 못해서 다시 용문에 갈 때까지 기다려야하고, 네 실험체들은 지난번 이후로 전혀 진전이 없잖아.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 만약에 브라더가 춤을 출 수 있다면 댄스 배틀, 어때? 라고 엘리시움이 휘적휘적 스튜 그릇을 헛저었다.



" 싫다. "
" 어째서!!! "
" 그런 성 안에나 사는 리베리들의 사치문화는 스승님께 배운 적 없다. 이베리아 성 안에서 벌이는 사치스러운 축제 따위에 내가 정통할 것 같나? "
" 아니아니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잖아 - ... 아아아!!! 모르면 가르쳐주면 되지! "



그리고 딱히 축제 같은 거 열리긴 했지만 거기에서만 춤을 추진 않거든? 그냥 일상적인거야! 하며 엘리시움은 어쩐지 필사적으로 설명했다. 어차피 식탁 밑에 가려져서 보이지도 않을 텐데, 엘리시움은 탁, 타닥 하며 발끝으로 스텝을 전해줬다. 봐봐, 이렇게 그냥 간단한 스텝인 소박한 춤이라니깐? 쏜즈의 폭탄선언 뒤로 댄스 배틀이란 단어는 어디로 가고, 어쩐지 열정적으로 춤 강연을 해주려는 리베리 하나가 남았다. 그에게 따라해보라고 식탁 밑의 자기 발을 계속 두들기던 엘리시움은, 스튜까지 어느새 다 먹어치우고 먼저 일어나는 쏜즈의 등판에 잠깐 기다려 - 하고 애처로운 비명을 지르며 - 그제서야 다시 식기를 잡아 으적으적 건더기를 퍼먹었다.



*



굳이 이런 일에 훈련실 전세까지 내야할 필요가 있나 , 하고 쏜즈가 말했지만, 한번 FEEL이 온 엘리시움은 기왕 이렇게 된 거 제 브라더에게 나름대로 춤을 가르쳐주겠다고 어깨를 으쓱였다. 고향의 무언가를 공유하고도 싶었지만, 자신이 낸 아이디어니 자신이 책임진다는 지극히 단순하고 바보같은 논리였다. 몇 십분 안 걸려 엘리시움은 준비를 마쳤다. 징 박힌 구두는 클로저의 휴식시간에 부탁해 여벌 구두에 금속을 박는 걸로 마련했고, 바지와 셔츠도 자신의 휴가용으로 준비해놓았기에 꽤 스타일리쉬한 게 남아있었다. 다만 전통 문양이 새겨진, 하다못해 모양이 좋은 조끼는 ... 엘리시움은 지난 번 이베리아에 들렀을 때 루멘이 시골 마을 청년치고 맵시 좋은 조끼 정장을 입고 있던 걸 기억했다. 그의 머릿빛을 닮은 푸른 스카프 타이와 코트를 제외하곤, 루멘이 입고 있던 건 전형적인 이베리아 남성의 정장이었다. 젠장. 그란 파로에 갔을 때 하나 없냐고 물어볼 걸 그랬네. 그렇게 볼멘소리를 중얼거리던 와중, 기함의 복도 쪽에서 따각, 따각 하는 다른 징 박힌 구두소리가 하나 더 들렸다. 이런 신발을 신고 그리 시끄럽게 걸어다니는 건 아마 이런 옷에 익숙치 않을 사람이다. 그리고 그건 - 아마 쏜즈겠지.



" 그래서, 굳이 이렇게 전세를 낼 필요가 있었나. "
" 앗 - 왔구나, 브라더! 당연하지! "



평소 같았으면 전혀 생각도 못했을, 현재 엘리시움과 비슷한 복장을 한 쏜즈가 들어왔다. 훈련실의 문이 닫히자말자 순식간에 그의 무게있는 발걸음 소리가 커졌다. 완벽 방음이야! 역시 훈련실로 장소를 잡기 잘했어! 그렇다고 생각되지 않아, 브라더? 짝짝. 하고 민속적인 리듬으로 박수를 치는 엘리시움을 짜게 식은 눈으로 쏜즈가 바라봤다.



" 이런 옷부터, 신발까지 전혀 익숙하지 않다. 옷깃까지 엄청나게 사치스럽군. 마음대로 걷어올리지도 못하는 게 오로지 미학적인 부분만을 추구해서 제작된 게 느껴진다. 네 사이즈이던 걸 내가 통을 좁게 조절한 탓에 어느 정도 네 몸체만큼의 품이 남아서 그렇지, 나에게 딱 맞춘 옷이었다면 벌써 내 아가미가 운동을 멈추고 가사상태에 들어갔을거다. "



한 마디로, 마음에 들지 않는단 뜻이었다.



마음에 들 리 없다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이런 옷들은 전부 수제품에 개인 취향까지 커스텀해 들어간다. 쏜즈의 성장 배경은 중학교 때의 학창시절을 제외하곤 성직자인 스승의 밑에서 자라왔다. 수도원의 옷은 원래 쏜즈가 입고있는 헐렁한 바지와 재킷, 오버사이즈 티셔츠 정도에서 피스만 덜 나뉘었을 뿐일 것이다. 활동성을 위해 부위가 나뉜 옷으로 발전한 것 빼고는 어릴 적 입던 옷에서 전혀 발전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 처음으로 그런 옷을 입은 것 치고, 고향은 그를 알아봤는지 쏜즈의 옷은 자신의 옷에서 품을 어떻게 시침질로 줄였을 뿐인데도 잘 어울렸다. 어쩌면, 그가 평소에 워낙 품이 넓은 옷을 입는 타입이기에 딱 붙는 게 아닌 어느 정도 품이 있는 의상임에도 어울리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렇게나 어울리니, 마음에 안 드는게 당연하지 ! 하고 여유롭게 웃은 엘리시움은 저벅저벅 자신이 가져온 카세트 테이프 재생기의 버튼을 꾹 눌렀다.



차르르르 하는 기타 소리와 함께 떠돌이풍 민속음악이 낡은 카세트 테이프를 읽는 소리를 삼키고 울려퍼졌다. 짧은 전주가 끝남과 동시에 기타 솔로가 경쾌하게 울리자 - 딱. 딱. 딱. 딱. 엘리시움이 손바닥을 튕기다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미간을 영 미덥지 못한 표정으로 놔둔 채 못마땅한 표정으로 쏜즈가 그를 바라보자, 엘리시움은 손을 까닥까닥거리며 쏜즈를 불렀다. 마지못해 짝. 짝. 짝. 짝. 하고 쏜즈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바보짓 하기 좋은 동향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나도 예상치 못한 바보짓이로군. 하고 잡설을 늘어놓자 엘리시움은 거기에마저도 리듬을 타며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 브라더! 리듬이야, 리듬! 리듬을 타! "
" 미친 놈... "



그렇게 한번 중얼거린 쏜즈는 거의 쾅쾅하고 훈련실 바닥을 부술 듯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오오! 진동 좋은데! 하고 소리치며 손가락을 느끼하게 튕긴 엘리시움에게 열받은 듯, 쏜즈가 그의 옆으로 스텝을 밟으며 걸어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엘리시움은 무릎이 다 나가도록 스텝을 밟으며 쏜즈가 발을 밟는대로 손에 불이 나게 박수로 박자를 맞췄다. 손이 아플 땐 캐스터네츠를 쓴다고도 하지만, 지금 엘리시움이 굳이 전통 방식을 고집해 손목이 다 나가도록 떨듯이 치는 박수는 오늘의 자존심이었다. 무지성으로 스텝을 밟던 쏜즈에게 더 빨리! 더 빨리! 탭댄스를 추듯이! 아니, 탭댄스는 아니고! 그것보다 더 빨리! 뛰지 말고 제자리에서 무릎을 써서! 하고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보면 술 마신 듯 얼굴이 시뻘게져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리베리였다.



" 엘리, 시움. 이거 좀. 지금. 제대로 추고 있는 거 맞나? "
" 어! 완전 완벽해! 브라더 브라보야! 그런데 앞코 말고 뒷축에 좀 더 힘을 실어서! 그대로 한 바퀴 돌아보자! "
 

진심이냐? 같은 눈빛을 보낸 쏜즈가 딱, 따다라닥. 하고 발을 굴렀다. 밑창이 다 보일 정도로 격렬하게 다리를 들어올리는 스텝이었다. 그 상태로 팔을 들어올린 채, 한 바퀴를 돈다. 마리오네트마냥 삐걱삐걱거리는 어설픈 춤이었지만, 팔이 회전하는 각도에 맞춰 부딪히지 않게 뒤로 스텝을 밟으며 빠진 엘리시움이 요호 -!!! 하고 추임새를 넣으며 같이 발을 굴러줬다.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점점 더 격렬해지고, 엘리시움은 제 손뼉만으로 뭔가 모자란 걸 느낀 듯 제 허벅지를 한 대 파악 치면서 한 바퀴를 돌며 쏜즈에게 다가왔다. 앞코를 살짝살짝씩 드는 스텝으로 마주 다가온 엘리시움이 " 이번엔 보고 따라하는거다?! " 하고 외치며 쏜즈의 허리를 홱 잡아당겼다. 당황한 듯 억, 하고 이상한 소리를 쏜즈가 냈지만, 엘리시움은 그대로 그 자리에서 멈췄다. 이대로 있는건가? 라고 얼굴이 마주한 백안에 쏜즈가 중얼거리자, 그가 너무하네 - 뭐 두근거림? 같은거 느껴지지 않아? 라고 말하며 그를 다시 품에서 놓았다.



반의 반 바퀴를 돌아 쏜즈의 등 뒤에 바로 자리한 그가 훈련실 저 건너편 벽을 가르켰다. 저쪽으로 가보는거다?! 하고 외치며 마치 보폭 짧은 게걸음을 걷듯 엘리시움이 따닥따닥 걸어가기 시작했다. 쏜즈도 그걸 따라하며 생각했다. 그야말로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군. 훈련실 벽 가까이에 이르자 이번엔 멈추고! 이번엔 반대로! 라고 외치며 엘리시움이 짝. 하고 제 발을 굴러 반대편으로 돌고, 다시 보폭 좁은 게걸음을 반복했다. 그것이 두어 차례 반복될 때마다, 처음엔 마일드하게 몸만 돌리던 엘리시움은 마지막 바퀴에선 어디 구애의 춤을 추는 두루미마냥 제 자리에서 멋스럽게 (???) 빙글빙글 돌며 자신의 멋진 스텝을 과시했다. 나 방금 완전 완벽하게 돌았지? 하고 스텝을 밟던 엘리시움에게 쏜즈는 눈이 어지러운 전법을 구사하는군. 하고 거의 무시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을 뿐이다.



쏜즈는 이때까지 했던 폭발 실험들보다 지금 이렇게 끌려와 [댄스 수업] 을 받고 있는 N0분이 세상에서 제일 바보같이 느껴진다 생각했다.



거의 다 끝났어! 브라더, 마지막! 하고 외친 엘리시움이 그의 허리를 다시 잡아끌었다. 아까와 같이 멈출 줄 알았던 쏜즈는 가만히 있다가, 엘리시움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에 놀라 스텝을 헛밟았다. 평소같이 헐렁한 실험복 복장이었으면 백 퍼센트 옷자락을 밟고 넘어졌을 것이다. 한쪽 팔을 편 엘리시움이 이번엔 가로가 아니라 훈련실의 세로방향으로 팔을 들고 짝. 짜라라짝. 하는 테이프의 반주음에 맞춰 뛰어가기 시작했다.



쏜즈의 시야가 울렁거렸다. 어지럽다. 엘리시움이 밟는 스텝이 그대로 그의 팔과 맞닿아있는 흉골을 시작으로 온 몸에 퍼져온다. 꽁지만 묶은 머리카락이 진동수에 맞춰 흔들리다 곧추서는 것 같다. 팔을 놔 줬으면 좋겠다. 어쩐지 숨을 쉬는 걸 못하겠단 생각도 든다. 그와 동시에 반대 역시 느껴졌다. 엘리시움의 팔이 자신이 밟는 스텝에 맞춰 진동한다. 자신이 발을 밟는대로 엘리시움이 보폭을 맞춰 더 잘게 옆으로 나아간다. 아까 떨어져 있을 때 육안과 훈련실의 바닥 진동으로 알아채던 것 보다 더 정확하다. 초보이기에 묘했던 스텝에 엘리시움이 똑같이 맞춰준다. 일부러 엇박으로 진동을 일으키면 엘리시움도 거기에 맞춰 엇박에 엇박 박자로 발을 밟는다. 쏜즈가 다음 발을 그에게 맞춰 내디딘 순간, 테이프에서 기타의 트레몰로 소리와 함께, 철컥. 하고 자석 테이프가 걸리는 소리가 난다. 휘파람 소리와 함께 엘리시움이 쏜즈의 팔 한쪽을 들어올리며 장난감마냥 한 바퀴 뱅글 돌려는걸 충분히 어지럽다는 듯 어깨를 쿡 치며 막았다.





" 브라더, 완전 브라보야! "

" ...어지럽다. "



그 짧은 말로 쏜즈는 감상을 대신했다. 언제나처럼 거의 변화가 없는 얼굴이었지만, 말투에서 묻어나는 감정은 반은 상쾌함, 반은 낯선 문물에 대한 불쾌함이 있었다. 하하, 그래도 조금은 즐긴 모양인 것 같아 다행이야! 하며 엘리시움이 쏜즈를 일으켜세웠다. 펄럭거리는 소매에서 실밥이 하늘거렸다. 언제였는지, 품 맞춘다고 대충 찔러넣은 시침질 실이 반쯤 풀려져 있었다. 어떻게 안 밟아서 옷이 안 찢어진 게 다행이었다. 이대로면 나중에 댄스 배틀 했을 때 브라더가 날 이길 가능성도 있겠는걸? 그러고 보니, 이베리아로 외근가는 오퍼레이터들 중에 누가 연주가로 분장해서 잠입한 적 있다 들었는데, 나중에 박사에게 물어볼까? 하고 종알종알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엘리시움의 말에, 쏜즈는 잠자코 듣고 있다가 신발을 벗으며 [ 시끄럽다. ] 라고 대꾸했다.



맨살이 드러난 맨발은 격렬하게 스텝을 밟는다고 부은데다 조금 까져있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저녁시간의 금속질 복도를 징 박힌 신발로 가로지르는 새로운 방식으로 남의 새벽 연구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엘리시움, 너도 되도록이면 나가기 전에 벗어 들고 나와라. 그러며 쏜즈가 훈련실 개폐 버튼을 쿵 팔꿈치로 눌렀다. 엑, 잠시만 브라더 -! 하고 엘리시움이 허겁지겁 벗은 신발이 - 징이 박힌 구둣발 부분부터 복도에 와장창 떨어지며 스테인레스 컵 3개가 동시에 낙하하는 소리가 들리고 - 오늘따라 일찍 잠에 들어 막 잠에 든 어린 오퍼레이터들의 잠을 깨운 건 얼마 지나지 않아 분노한 의료부 오퍼레이터들의 목소리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외전*
*논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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