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 아스베스토스가 먼저 죽어서 마젤란이 선배라고 호칭을 붙이게 되는 흔한 사별물이 쓰고싶었다
※ 언제나 다는 거지만 캐붕 주의...
※ 결제상자 아래는 후기겸 잡담입니다
고칠거 써놓기
마젤란 > < 아스 죽음에 대한 관점 다름
마젤란은 누군가를 기억하고 수습하고싶어하고 후대를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한다
아스는 데이터분석이고 나발이고 오로지 개척. 몸빵하는 후대를 위해 시체를 표식삼고 남겨두고 추모는 알아서하고...
마젤란에게 표식은 유품이자 누군가를 기억하고 다시 후세를 탐험의 땅으로 부르는 거의 유일무이한 기억적..전승적 수단이지만
아스에게 표식은 이미 탐험의 땅으로 발을 딛은 누군가가 살아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도구적 수단인임
" 그러고도 설원으로 향하는 거야? "
누군가는 지독하다고 혀를 차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
반쯤 깨진 등불과 형광 인식표, 거기에 달아놓은 펭귄 열쇠고리. 탐험가 마젤란이 마지막으로 발견한 표식이었다. 글쎄. 아직 설원 어딘가의 얼음관에 잠들어있을 육체가 남아있겠지만, 빙벽이 녹아 깨지고 부스러지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겠지. 이전에 제대로 보존되어있던 멀쩡한 시체를 찾아 매장할 수 있었던 기회 역시 그래서 당연하게도- 천운이라 여겼다. 아스베스토스가 한 줌의 열쇠고리 장식품들로 기억될 때, 마젤란은 로도스 아일랜드의 파일 자료 기록이 제법 정확하단 걸 알았다. 이전가지 마젤란은 후세를 위한 길을 닦아놓으신 - 선배님들의 뜻을 받든다는, 상당히 거창한 목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아, 글쎄. 아스베스토스의 실종 소식을 들었을 때 느꼈던 것은, 자신이 설원을 동경하게 해 준 그 노인 - 라인랩의 선대 탐사 팀장. - 이 땅 속으로 돌아갔단 걸 어머니에게 전달받았을 때와 비슷했다.
탐험가들의 영혼은 워낙 드물기 때문에 탐험가들은 가끔 자신들의 영혼이 이어져있다 말한다. 마젤란은 그것을 [ 선배 ] 라고 불렀다. 탐험가들의 영혼은 전부 이어져있기에, 가끔 그들은 남들이 보기에 끔찍하다 여기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도한다. 가령, 만약에 다른 탐험가들의 시체를 보았다면, 일반인이라면 그 시체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묵념하거나 - 마음씨 곱고 행동력 좋은 이라면 그 시체를 수습하는데 앞장 설 것이다. 하지만 탐험가들의 시선은 다르다. 그들은 마치 그게 자신들의 신체 일부였던 것처럼 여긴다. 마치 손톱깎이로 깎은 손톱을 보는 것처럼. 그들이 하는 생각을 굳이 일반인의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 또 하나 표식이 늘었다. ]
누군가의 선배가 된다. 누군가의 표식이 된다 ... 그것은 라인 랩에서도 상당히 통용되는 규칙이었다. [ 과학의 발전을 위해. ] 이프리트 같은 인체실험자들을 설득하거나 기릴 때마다 그런 말이 오간다. 하지만 얄궂게도, 그렇기에 마젤란은 그 주류 탐험가들과는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 일반인 - 그 중에서도 행동력 좋고 제법 착하다 말할 수 있는 마음씨를 가진 이 - 의 시선 말이다.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과학의 발전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함으로써 수집되는 과학의 자원은 다른 류였다. 라인 랩이라는 거대 과학 기업 아래에서 벌어지는 것들은 굳이 탐험가들의 법칙을 따를 필요가 없었으며, 탐험가들의 입장을 따르는 순간 거대한 손해를 감수해야했다.. 기업의 입장에선 오히려 실종된 자들을 수습하지 않고 표식으로써 남겨두는 일반 탐험가보다 - 일반적인 시선으로써, 탐험 지역에 그들의 시신과 같이 유기된 핵심 데이터자료를 수집해 올 아웃사이더가 필요했다.
아마 그렇기에 마젤란은 라인 랩의 외근 담당으로써 고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그렇기에 평범한 축의 탐험가인 아스베스토스는 마젤란을 죽기 직전까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라인 랩의 외근 담당 사원 마젤란이 제 탐험 가방의 한 축에 등불을 단다. 수리를 맡길까 고민했지만, 누군가의 유품인 이상 그 의미를 퇴색시키기 싫어 일부러 직접 유리구를 구매해 교체했다. 탐험가들이 으레 즉석에서 해결하는 방법이 뛰어나듯이 마젤란 역시 마찬가지였다. 꽤 긴 시간동안 마젤란은 아스베스토스의 시신을 수습하려 시도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고민했다. 로도스의 조언이 있었다. 일반 탐험가들의 법칙에 따르면 시신을 수습하는 것은 후대 탐험가들의 표식을 침범하는 행위다. 마젤란은 라인랩에서 원조를 받아왔기에 잘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놓인 시신들은 위험지역의 경고를 알림과 동시에 과도하게 탐험을 시도하는 탐험가에게 휴식할 타이밍을 알린다. 모든 것이 새까만 바다와 모든 것이 새하얀 설원에서 가장 먼저 들어오는,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경고의 표식이다. 마젤란은 아스베스토스에게 지나가는 이야기로 듣긴 했지만, 제대로 된 규칙과 이유를 듣는 건 끔찍히도 낯설었다.
마젤란은 로도스에서 들은 설명의 회상을 마쳤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설원에서, 제 일부가 표식이 된다.
어쩌면 이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